
불가능하다. 상상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아는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뜨거운 한 낮의 열기를 해수욕으로 넘기고, 슬렁 걸어 모여 함께 독립영화를 보는 시간이자 공간이다. 올해는 달랐다. 영화제 기간 중 연이틀 비가 오는 건 누구의 기억 속에 없는 일이다. 함께 모여 영화를 보면 즐겁다는 간단한 명제만을 생각하며 스물여덟 번째 정동진독립영화제 마지막 날을 준비했다.

어제 요가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었다면 오늘은 <3학년 2학기>(2025)의 이란희 감독, 신운섭 PD와 함께 시나리오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정동진독립영화제 땡그랑동전상 수상작이기도 한 영화의 각본을 통해 원안이 어떻게 영화로 재구성되고, 그 사이에 있는 현장에 대해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19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별이빛나는밤에책읽기’의 정동진 버전이기도 하다.

비를 헤치고 오후 1시, 정동초등학교에 등장한 사람들은 다양한 직업군을 가지고 있었다. 배우나 연출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란희 감독과 신운섭 PD의 예상과 달랐다. 초반의 긴장됐던 분위기와 다르게 배역을 돌아가며 읽어 나가자, 참여자 모두 서로의 연기에 감탄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틈틈이 장면에 대한 비하인드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화목한 분위기로 ‘3학년, 2학기’를 구호처럼 외치며 단체 사진까지 남겼다. 프로그램은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마무리됐다. 신운섭 PD는 내년에도 꼭 진행하고 싶다며 좋은 후기를 남겨달라는 너스레도 잊지 않았다.

예보에는 오후 3시면 모든 비가 그친다고 했었다. 분명 어제, 내일은 괜찮을 거라고 서로를 다독이며 헤어졌다. 비가 멈추지 않아 스태프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실내 상영도 대비를 하되, 가능하면 야외 상영으로 진행하는 걸 목표로 했다. 이미 진창이 되었던 운동장은 이어진 비로 인해 뻘밭이 됐다. 돗자리 사용은 어렵고, 700석의 의자를 준비해서 관객을 맞이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정동진 삼 일 차, 입장이 진행됐다.

마지막 상영을 앞두고, 김진유 집행위원장이 무대에 올랐다. 강릉시의회 추경 예산 심의 과정에서 영화문화 예산이 삭감된 상황을 관객들에게 알리며, 착잡한 마음이 든다고 죄송하다는 인사를 먼저 건넸다. 그럼에도 우리는 영화제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삭감 철회에 대해 동의한다면 QR 코드 서명으로 지지를 부탁했다.
올해를 입장과 운영에 대한 내용을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으며 불편했던 점을 관객 설문조사로 가감 없이 남겨주면 그것을 보고 내년을 준비하겠다는 당부가 이어졌다.

첫 상영에 앞서 전날 상영작을 대상으로 한 땡그랑동전상 시상이 진행됐다. 제28회 둘째 날, 땡그랑동전상은 <철들 무렵>에 돌아갔다. 동전 개수 1,790개, 상금 30만 7,380원이었다.

정승오 감독은 정말 받고 싶었던 상이라 여한이 없다며 꾸벅 인사하며 무대에 올랐다. 영화에 참여한 모든 분들, 그리고 <철들 무렵>이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될 수 있도록 꾸리고 지켜온 모든 분께 감사를 전했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정동초등학교에서만 가능하다고, 겨울에 종합운동장에서는 불가능하지 않겠냐며 객석에 물으며 강릉시의회가 영화문화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28년간 이어온 영화제의 정체성을 흔드는 기만적인 행동이라며 규탄의 뜻을 밝히고, 나가는 길에 서명 동참을 청했다. 마지막으로 비를 맞으며 야외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영화제, 낭만의 종착역 이곳에서 좋은 추억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는 인사로 소감을 맺었다. 마지막으로 9월 16일 <철들 무렵>의 개봉 소식을 전하며 캘린더에 적어두고 널리 홍보해 달라는 당부, SNS 혹평은 안 되고, 호평만 부탁한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사흘 동안 궂은 날씨에도 영상을 책임진 영상자료원, 음향을 담당한 사운드 메이트, 문자통역의 코다 피플과 에이유디, 곳곳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준 스태프와 강릉시네마테크 회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마침내 "별이 지는 하늘, 영화가 뜨는 바다"를 외치는 함성과 함께 상영이 마지막 날 상영이 출발했다.

첫 섹션에서는 정동진독립영화제 제작지원작이자 자신이 실패했다 믿는 감독 종수와 그에 일조한 배우 혜미의 버디 무비 <조금만 더 죽은 척 해줘>, 잘 알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는 반짝이는 순간을 포착해 낸 <눈길>, 남과 나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고, 확장해 나가는 애니메이션 <경계>, 고모와 조카의 연대로 가부장제를 부숴내는 영화 <메밀묵>이 상영됐다.

상영 후에는 <조금만 더 죽은 척 해줘>의 서예인 감독과 박승현, 안태주 배우, <눈길>의 김다희 감독과 서주아 배우, <경계>의 이세은 감독, <메밀묵>의 김정민 감독과 소영미 배우가 무대에 올라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진행은 정동진독립영화제 땡그랑동전상 수상 감독이기도 한 <너와 나의 5분> 엄하늘 선정위원이 맡았다.
궂은 날씨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관객들에 대한 인사와 함께, 영화제에 참여하며 감상을 묻는 말로 대화가 시작됐다. 서예인 감독은 정동진 제작지원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고 운을 뗐다. 지난해 정동진에 왔을 때 자기 영화가 걸리지 못해 한스럽다는 생각을 안고 살았다고 한다. 기대 없이 낸 제작지원에 선정됐고, 배우들도 모두 정동진독립영화제에 갈 수 있다며 설득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뙤약볕을 생각했는데 비가 많이 내렸고, 그럼에도 무대 위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이미지가 있어서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눈길> 김다희 감독은 주변 영화인들이 안 가면 후회한다고 해서 오게 됐다고 운을 띄웠다. 영화에 대한 열정을 온몸이 젖을 정도로 느낄 수 있었고, 영화에 홀린 사람끼리 함께 같이 보는 기분은 확실히 색다르고 좋았다고 말했다.
<경계>의 이세은 감독은 비가 오는 중에도 많은 분들이 귀한 시간을 내어 영화를 봐줘 강렬한 기분이 들었다며, 낮에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비를 잔뜩 맞으며 걸었던 일도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김정민 감독은 매번 제발 끝까지 봐줬으면 좋겠다고 빌 듯이 상영에 들어가는데 유독은 오늘 더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메밀묵>이 비를 잊을 정도로 몰입됐으면 좋다는 마음인데 더 잘 만들 걸, 재밌게 만들 걸 싶었다는 생각은 전해 객석의 박수를 받았다. 엄마 역할을 한 소영미 배우는 지금 보니 너무 예쁜 비가 내리고 있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인사했다.

감독들에게는 영화를 찍게 된 계기, 배우들에게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의 생각을 묻는 공통 질문이 이어졌다.
서예인 감독은 전작이 한참 동안 영화제에 가지 못하던 시기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어쩌면 영화제에 단 한 번도 못 가고 죽는 감독이 되겠구나 하는 절망 속에서 출발했다 운을 띄웠다. 시나리오 작업 동안 전작이 영화제에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영화제에 가서도 영화에 대한 절망과 슬픔은 해결되지 않았고, 현장에서 만난 스태프와 자기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야 비로소 온전히 기쁘고 영화제를 즐기는 감정을 갖게 됐다. 영화제라는 목표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가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가 중요하구나 싶었다고 한다. 꿈도 좋지만 꿈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보자는 데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종수 역의 박승현 배우는 극 중에서 하지 못한 GV를 여기서 하게 돼 기쁘다는 인사로 운을 뗐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위로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꼈고, 오늘 처음 영화를 보니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의 생각과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 것 같다며 서예인 감독에게 인사를 전했다.
혜미 역의 안태주 배우는 처음에는 혜미와 자신이 닮은 부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해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단다. 준비하고 연기하던 중간 과정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끝나고 나니 두세 달을 혜미의 감정으로 살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여겼지만, 알고 보니 혜미라는 인물이 자신 속에 있었고 자신이 혜미와 가까웠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는 말을 전했다.
김다희 감독은 <눈길>은 오늘 오지 못한 최우진 배우에게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다른 작품을 통해 만났다가 마음이 맞아 하루 동안 뭔가 찍어보자며 사람들이 모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좀비 영화를 만들자고 했는데 결국 졸업하는 날 학교에서 일어나는 첫사랑 이야기가 됐다. 극 중 트럼펫 연주는 오케스트라를 하는 배우가 실제로 연주했다. 우리 모두 과거를 떠올릴 때, 당시는 왜 그렇게 못했지 싶었던 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하지만 미래에서 보면 그 순간이 굉장히 소중하고 반짝이는 순간일 수 있다며 그 순간을 영화로 포착해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주아 역의 서주아 배우는 친구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는 졸업 이후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아쉬움과 서운함, 쓸쓸함을 느꼈다고 답했다.
<경계>의 이세은 감독은 오프닝에서 앞좌석이 등받이를 뒤로 최대한 밀어버리는 장면이 실제로 겪은 일이라고 밝혔다. 7~8시간 동안 의자에 바짝 눌린 채 버스 여행을 했던 경험이 당시에는 충격적이어서 오래 마음에 남았고,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물리적으로 의자를 미는 경험에서 시작했지만, 타인과 이야기할 때도 서로 심리적 공간을 밀고 민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가지 상황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 벽을 미는 이미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메밀묵>의 김정민 감독은 집에서 엄마가 주는 음식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의 이미지에서 출발했고, 거기에 고모가 떠오른 것이 합쳐지며 시나리오가 발전했다고 말했다. 명확한 하나의 목표를 갖고 만들었다기보다 떠오르는 것들을 가지고 만들어 나갔다고 한다. 소영미 배우는 시나리오로도 정말 재미있었지만, 도깨비도 나와야 하고 인물도 많아 감독님 괜찮을까 싶었다며, 완성된 것을 보고 더 놀랐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대화를 마친 뒤에는 김진유 진행위원장이 마지막 상영에 앞서 SLR렌트에서 올해 상영 감독 전원에게 다음 작품을 응원하는 뜻으로 50만 원 쿠폰을 지급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2026년 정동진독립영화제 마지막 섹션 상영을 시작했다.

천재지변 상황에 놓인 인물을 두고, 사랑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 <긴급재난문자>,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이 자신을 살게도, 또 초라하게도 만든다는 걸 보여주는 <To you(;너에게)>, 상태 변이를 원하는 청년의 고군분투기 <덕창>, 닮고도 다른 둘이 서로 다른 목적으로 산을 오르는 영화 <자매의 등산>이 마지막 상영까지 객석을 지킨 관객들을 만났다.
마지막 상영 후에는 <긴급재난문자>의 최형섭 감독과 김한솔, 김하은 배우, <To you(;너에게)>의 양도혜 감독과 김도이 배우, <덕창>의 이해지 감독과 오우택 감독 겸 배우, <자매의 등산>의 김수현 감독과 심해인 배우가 무대에 올라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진행은 민용근 감독이 맡았다.

<긴급재난문자>에는 작은 이야기처럼 시작해서 크게 확장되는 세계관과, 우화처럼 읽히는 인상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최형섭 감독은 민준 역이 곧 자신이라고 답했다. 소심한 성격 탓에 해야 할 말을 용기가 없어 제때 하지 못해 타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일을 그르친 적이 많았단다. 무언가를 전하지 않아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을 극단적으로 그려보자는 데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화적인 느낌이 나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개인의 재난이 세상의 재난과 맞물리는 감각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To you(;너에게)>에는 팬클럽 세계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질문이 전달됐다. 양도혜 감독은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자신도 아이돌을 좋아하는 한 명이라고 답해 객석의 웃음을 끌어냈다. 인터넷도 많이 찾아봤지만,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워낙 많아 큰 조사가 필요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동 연출로 만들어진 <덕창>은 주인공 이름의 의미와 독특한 음악 사용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오우택 감독은 에드워드 양 감독을 존경해 한국식 이름인 양덕창에서 가져온 이름이라고 답했다. 평소 자신이 필명이나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줄여 쓰던 이름인데 캐릭터 이름으로 붙여보면 어떨까 싶었는데 이해지 감독도 잘 어울린다고 해 그대로 갔다고 한다. 음악은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동조자>(2024) 1화 마지막, 주인공이 달리는 장면에 깔린 인상적인 음악에서 출발했다고 알려줬다. 달리는 장면의 도피와 도망의 감각을 음악으로 얹는 방식이 재미있었고 구슬픈 결도 어울린다고 생각해 Del Shannon의 「Runaway」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자매의 등산>의 심해인 배우에게는 수어 연기와 마지막에 목소리를 내는 장면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묻는 질문이 향했다. 수어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능숙해 보일 수 있지만, 농인이 보기에는 상당히 어색한 연기일 수 있으니 잘했다고 봐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답을 먼저 했다. 캐스팅 후 두 달 정도 수어 센터에서 매주 수어를 배웠다고 한다. 저렴하거나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곳이 많다는 안내도 덧붙였다. 노래 장면은 상영될 때마다 김수현 감독과 함께 심장을 부여잡고 본다며,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못 부르려 한 건 아니고, 자신은 들리기 때문에 안 들리는 사람에 비해 잘 부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고 생각해 진심으로 다가가려면 잘 불러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귀를 막고 진동을 느끼며 악보를 읽지 못하는데 일부러 악보를 보고 유추하며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인사에서 최형섭 감독은 다다음 주 수요일에 졸업 작품을 찍는데 여기서 그 힘을 다 받아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한솔 배우는 운이 좋아 이 자리에 왔다며 운이 또 좋다면 다음 영화제에서 관객들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한 상상을 하며 잠들겠다고 인사했다. 김하은 배우는 거의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궂은 날씨에도 꿋꿋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벅차올랐다고 전했다.
양도혜 감독과 김도이 배우는 촬영 이후 아이돌 팬으로서 겪은 일을 언급하며 모든 아이돌 팬에게 힘내시라는 인사를 남겼고, 김도이 배우는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너무 궁금하다며 좋은 소리만 써달라는 게 아니라 솔직한 후기를 부탁했다.

이해지 감독은 늘 어렵고 버거운 촬영에서 벗어나 즐겁고 행복하게 찍은 영화라며, <덕창>의 사운드를 맡았던 오랜 친구와 이른 작별을 하게 됐는데 하늘이 뻥 트인 정동진에서 영화를 걸게 돼 그 친구가 함께 내려다봤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오우택 감독은 영화의 주인이 관객이라는 것을 생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체감한 것은 처음이라며, 함께 만들었으나 오지 못한 동료에게 넘어지더라도 계속 같이 가자는 말을 전했다.

김수현 감독은 막연히 관객을 상상하며 만들었는데 오늘 한 분 한 분을 실제로 뵙게 돼 신기하고 감사하다며 함께한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냈다. 관객들이 감기 몸살에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관객과의 대화는 마무리됐다.

마침내 김진유 집행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폐막을 알렸다. 정동초등학교에서 모든 상영과 폐막이 진행되지만, 다음 날인 8월 10일 (월)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서 오늘 상영됐던 단편 두 섹션을 다시 상영한다는 안내도 잊지 않았다. 예산과 더불어 여러 사정으로 올해는 자원활동가를 축소해 모집했고, 스태프들이 그 영역까지 맡으면서 다소 버벅거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객석과 무대가 함께 단체 사진을 남기며 제28회 정동진독립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서운함은 기대에서 시작된다. 마음과 시간, 비용을 기꺼이 내어 전국 각지에서 와 준 관객들을 영화제의 구성원 누구 하나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감히, 섣불리, 겨우 몇 개의 단어로 와 주신 분들의 심정을 다 헤아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김진유 집행위원장의 말처럼 모두 뼈아프게 새겼다.
다시 만날 스물아홉의 여름을 기다린다. 당신과 나는 손 잡은 적 없지만, 여기서 매번 이어졌다. 우리 정동진 없는 여름은 상상하지 말자.
P.S.1. 마지막 날, 땡그랑동전상 수상작은 <메밀묵>에게 돌아갔다. 1,038개의 마음이 고모와 조카의 연대를 응원했다.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돌아가서 스태프, 배우들과 맛있는 걸 나누겠다는 말을 남겼다.
P.S.2. 올해 데일리는 두 가지 변화가 있었다. 대담을 신설했고, 장편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일리팀은 영화제가 시작하기 전 모든 작품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매해 하는 일이지만, 같이 나누고 싶었다. 모든 작품을 각기 다른 입 모양으로 사랑한다. 장편이 보다 멀리 가기 바라는 마음을 담아 묻고 답했다. 더불어 개봉을 앞둔 <철들 무렵>, <흐르는 여정>을 기대해 주시면 좋겠다.
정리 / 김민범
사진 / 강태욱
불가능하다. 상상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아는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뜨거운 한 낮의 열기를 해수욕으로 넘기고, 슬렁 걸어 모여 함께 독립영화를 보는 시간이자 공간이다. 올해는 달랐다. 영화제 기간 중 연이틀 비가 오는 건 누구의 기억 속에 없는 일이다. 함께 모여 영화를 보면 즐겁다는 간단한 명제만을 생각하며 스물여덟 번째 정동진독립영화제 마지막 날을 준비했다.
어제 요가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었다면 오늘은 <3학년 2학기>(2025)의 이란희 감독, 신운섭 PD와 함께 시나리오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정동진독립영화제 땡그랑동전상 수상작이기도 한 영화의 각본을 통해 원안이 어떻게 영화로 재구성되고, 그 사이에 있는 현장에 대해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19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별이빛나는밤에책읽기’의 정동진 버전이기도 하다.
비를 헤치고 오후 1시, 정동초등학교에 등장한 사람들은 다양한 직업군을 가지고 있었다. 배우나 연출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란희 감독과 신운섭 PD의 예상과 달랐다. 초반의 긴장됐던 분위기와 다르게 배역을 돌아가며 읽어 나가자, 참여자 모두 서로의 연기에 감탄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틈틈이 장면에 대한 비하인드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화목한 분위기로 ‘3학년, 2학기’를 구호처럼 외치며 단체 사진까지 남겼다. 프로그램은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마무리됐다. 신운섭 PD는 내년에도 꼭 진행하고 싶다며 좋은 후기를 남겨달라는 너스레도 잊지 않았다.
예보에는 오후 3시면 모든 비가 그친다고 했었다. 분명 어제, 내일은 괜찮을 거라고 서로를 다독이며 헤어졌다. 비가 멈추지 않아 스태프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실내 상영도 대비를 하되, 가능하면 야외 상영으로 진행하는 걸 목표로 했다. 이미 진창이 되었던 운동장은 이어진 비로 인해 뻘밭이 됐다. 돗자리 사용은 어렵고, 700석의 의자를 준비해서 관객을 맞이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정동진 삼 일 차, 입장이 진행됐다.
마지막 상영을 앞두고, 김진유 집행위원장이 무대에 올랐다. 강릉시의회 추경 예산 심의 과정에서 영화문화 예산이 삭감된 상황을 관객들에게 알리며, 착잡한 마음이 든다고 죄송하다는 인사를 먼저 건넸다. 그럼에도 우리는 영화제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삭감 철회에 대해 동의한다면 QR 코드 서명으로 지지를 부탁했다.
올해를 입장과 운영에 대한 내용을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으며 불편했던 점을 관객 설문조사로 가감 없이 남겨주면 그것을 보고 내년을 준비하겠다는 당부가 이어졌다.
첫 상영에 앞서 전날 상영작을 대상으로 한 땡그랑동전상 시상이 진행됐다. 제28회 둘째 날, 땡그랑동전상은 <철들 무렵>에 돌아갔다. 동전 개수 1,790개, 상금 30만 7,380원이었다.
정승오 감독은 정말 받고 싶었던 상이라 여한이 없다며 꾸벅 인사하며 무대에 올랐다. 영화에 참여한 모든 분들, 그리고 <철들 무렵>이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될 수 있도록 꾸리고 지켜온 모든 분께 감사를 전했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정동초등학교에서만 가능하다고, 겨울에 종합운동장에서는 불가능하지 않겠냐며 객석에 물으며 강릉시의회가 영화문화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28년간 이어온 영화제의 정체성을 흔드는 기만적인 행동이라며 규탄의 뜻을 밝히고, 나가는 길에 서명 동참을 청했다. 마지막으로 비를 맞으며 야외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영화제, 낭만의 종착역 이곳에서 좋은 추억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는 인사로 소감을 맺었다. 마지막으로 9월 16일 <철들 무렵>의 개봉 소식을 전하며 캘린더에 적어두고 널리 홍보해 달라는 당부, SNS 혹평은 안 되고, 호평만 부탁한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사흘 동안 궂은 날씨에도 영상을 책임진 영상자료원, 음향을 담당한 사운드 메이트, 문자통역의 코다 피플과 에이유디, 곳곳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준 스태프와 강릉시네마테크 회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마침내 "별이 지는 하늘, 영화가 뜨는 바다"를 외치는 함성과 함께 상영이 마지막 날 상영이 출발했다.
첫 섹션에서는 정동진독립영화제 제작지원작이자 자신이 실패했다 믿는 감독 종수와 그에 일조한 배우 혜미의 버디 무비 <조금만 더 죽은 척 해줘>, 잘 알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는 반짝이는 순간을 포착해 낸 <눈길>, 남과 나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고, 확장해 나가는 애니메이션 <경계>, 고모와 조카의 연대로 가부장제를 부숴내는 영화 <메밀묵>이 상영됐다.
상영 후에는 <조금만 더 죽은 척 해줘>의 서예인 감독과 박승현, 안태주 배우, <눈길>의 김다희 감독과 서주아 배우, <경계>의 이세은 감독, <메밀묵>의 김정민 감독과 소영미 배우가 무대에 올라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진행은 정동진독립영화제 땡그랑동전상 수상 감독이기도 한 <너와 나의 5분> 엄하늘 선정위원이 맡았다.
궂은 날씨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관객들에 대한 인사와 함께, 영화제에 참여하며 감상을 묻는 말로 대화가 시작됐다. 서예인 감독은 정동진 제작지원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고 운을 뗐다. 지난해 정동진에 왔을 때 자기 영화가 걸리지 못해 한스럽다는 생각을 안고 살았다고 한다. 기대 없이 낸 제작지원에 선정됐고, 배우들도 모두 정동진독립영화제에 갈 수 있다며 설득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뙤약볕을 생각했는데 비가 많이 내렸고, 그럼에도 무대 위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이미지가 있어서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눈길> 김다희 감독은 주변 영화인들이 안 가면 후회한다고 해서 오게 됐다고 운을 띄웠다. 영화에 대한 열정을 온몸이 젖을 정도로 느낄 수 있었고, 영화에 홀린 사람끼리 함께 같이 보는 기분은 확실히 색다르고 좋았다고 말했다.
<경계>의 이세은 감독은 비가 오는 중에도 많은 분들이 귀한 시간을 내어 영화를 봐줘 강렬한 기분이 들었다며, 낮에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비를 잔뜩 맞으며 걸었던 일도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김정민 감독은 매번 제발 끝까지 봐줬으면 좋겠다고 빌 듯이 상영에 들어가는데 유독은 오늘 더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메밀묵>이 비를 잊을 정도로 몰입됐으면 좋다는 마음인데 더 잘 만들 걸, 재밌게 만들 걸 싶었다는 생각은 전해 객석의 박수를 받았다. 엄마 역할을 한 소영미 배우는 지금 보니 너무 예쁜 비가 내리고 있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인사했다.
감독들에게는 영화를 찍게 된 계기, 배우들에게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의 생각을 묻는 공통 질문이 이어졌다.
서예인 감독은 전작이 한참 동안 영화제에 가지 못하던 시기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어쩌면 영화제에 단 한 번도 못 가고 죽는 감독이 되겠구나 하는 절망 속에서 출발했다 운을 띄웠다. 시나리오 작업 동안 전작이 영화제에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영화제에 가서도 영화에 대한 절망과 슬픔은 해결되지 않았고, 현장에서 만난 스태프와 자기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야 비로소 온전히 기쁘고 영화제를 즐기는 감정을 갖게 됐다. 영화제라는 목표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가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가 중요하구나 싶었다고 한다. 꿈도 좋지만 꿈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보자는 데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종수 역의 박승현 배우는 극 중에서 하지 못한 GV를 여기서 하게 돼 기쁘다는 인사로 운을 뗐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위로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꼈고, 오늘 처음 영화를 보니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의 생각과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 것 같다며 서예인 감독에게 인사를 전했다.
혜미 역의 안태주 배우는 처음에는 혜미와 자신이 닮은 부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해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단다. 준비하고 연기하던 중간 과정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끝나고 나니 두세 달을 혜미의 감정으로 살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여겼지만, 알고 보니 혜미라는 인물이 자신 속에 있었고 자신이 혜미와 가까웠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는 말을 전했다.
김다희 감독은 <눈길>은 오늘 오지 못한 최우진 배우에게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다른 작품을 통해 만났다가 마음이 맞아 하루 동안 뭔가 찍어보자며 사람들이 모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좀비 영화를 만들자고 했는데 결국 졸업하는 날 학교에서 일어나는 첫사랑 이야기가 됐다. 극 중 트럼펫 연주는 오케스트라를 하는 배우가 실제로 연주했다. 우리 모두 과거를 떠올릴 때, 당시는 왜 그렇게 못했지 싶었던 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하지만 미래에서 보면 그 순간이 굉장히 소중하고 반짝이는 순간일 수 있다며 그 순간을 영화로 포착해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주아 역의 서주아 배우는 친구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는 졸업 이후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아쉬움과 서운함, 쓸쓸함을 느꼈다고 답했다.
<경계>의 이세은 감독은 오프닝에서 앞좌석이 등받이를 뒤로 최대한 밀어버리는 장면이 실제로 겪은 일이라고 밝혔다. 7~8시간 동안 의자에 바짝 눌린 채 버스 여행을 했던 경험이 당시에는 충격적이어서 오래 마음에 남았고,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물리적으로 의자를 미는 경험에서 시작했지만, 타인과 이야기할 때도 서로 심리적 공간을 밀고 민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가지 상황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 벽을 미는 이미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메밀묵>의 김정민 감독은 집에서 엄마가 주는 음식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의 이미지에서 출발했고, 거기에 고모가 떠오른 것이 합쳐지며 시나리오가 발전했다고 말했다. 명확한 하나의 목표를 갖고 만들었다기보다 떠오르는 것들을 가지고 만들어 나갔다고 한다. 소영미 배우는 시나리오로도 정말 재미있었지만, 도깨비도 나와야 하고 인물도 많아 감독님 괜찮을까 싶었다며, 완성된 것을 보고 더 놀랐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대화를 마친 뒤에는 김진유 진행위원장이 마지막 상영에 앞서 SLR렌트에서 올해 상영 감독 전원에게 다음 작품을 응원하는 뜻으로 50만 원 쿠폰을 지급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2026년 정동진독립영화제 마지막 섹션 상영을 시작했다.
천재지변 상황에 놓인 인물을 두고, 사랑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 <긴급재난문자>,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이 자신을 살게도, 또 초라하게도 만든다는 걸 보여주는 <To you(;너에게)>, 상태 변이를 원하는 청년의 고군분투기 <덕창>, 닮고도 다른 둘이 서로 다른 목적으로 산을 오르는 영화 <자매의 등산>이 마지막 상영까지 객석을 지킨 관객들을 만났다.
마지막 상영 후에는 <긴급재난문자>의 최형섭 감독과 김한솔, 김하은 배우, <To you(;너에게)>의 양도혜 감독과 김도이 배우, <덕창>의 이해지 감독과 오우택 감독 겸 배우, <자매의 등산>의 김수현 감독과 심해인 배우가 무대에 올라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진행은 민용근 감독이 맡았다.
<긴급재난문자>에는 작은 이야기처럼 시작해서 크게 확장되는 세계관과, 우화처럼 읽히는 인상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최형섭 감독은 민준 역이 곧 자신이라고 답했다. 소심한 성격 탓에 해야 할 말을 용기가 없어 제때 하지 못해 타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일을 그르친 적이 많았단다. 무언가를 전하지 않아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을 극단적으로 그려보자는 데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화적인 느낌이 나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개인의 재난이 세상의 재난과 맞물리는 감각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To you(;너에게)>에는 팬클럽 세계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질문이 전달됐다. 양도혜 감독은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자신도 아이돌을 좋아하는 한 명이라고 답해 객석의 웃음을 끌어냈다. 인터넷도 많이 찾아봤지만,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워낙 많아 큰 조사가 필요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동 연출로 만들어진 <덕창>은 주인공 이름의 의미와 독특한 음악 사용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오우택 감독은 에드워드 양 감독을 존경해 한국식 이름인 양덕창에서 가져온 이름이라고 답했다. 평소 자신이 필명이나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줄여 쓰던 이름인데 캐릭터 이름으로 붙여보면 어떨까 싶었는데 이해지 감독도 잘 어울린다고 해 그대로 갔다고 한다. 음악은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동조자>(2024) 1화 마지막, 주인공이 달리는 장면에 깔린 인상적인 음악에서 출발했다고 알려줬다. 달리는 장면의 도피와 도망의 감각을 음악으로 얹는 방식이 재미있었고 구슬픈 결도 어울린다고 생각해 Del Shannon의 「Runaway」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자매의 등산>의 심해인 배우에게는 수어 연기와 마지막에 목소리를 내는 장면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묻는 질문이 향했다. 수어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능숙해 보일 수 있지만, 농인이 보기에는 상당히 어색한 연기일 수 있으니 잘했다고 봐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답을 먼저 했다. 캐스팅 후 두 달 정도 수어 센터에서 매주 수어를 배웠다고 한다. 저렴하거나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곳이 많다는 안내도 덧붙였다. 노래 장면은 상영될 때마다 김수현 감독과 함께 심장을 부여잡고 본다며,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못 부르려 한 건 아니고, 자신은 들리기 때문에 안 들리는 사람에 비해 잘 부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고 생각해 진심으로 다가가려면 잘 불러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귀를 막고 진동을 느끼며 악보를 읽지 못하는데 일부러 악보를 보고 유추하며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인사에서 최형섭 감독은 다다음 주 수요일에 졸업 작품을 찍는데 여기서 그 힘을 다 받아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한솔 배우는 운이 좋아 이 자리에 왔다며 운이 또 좋다면 다음 영화제에서 관객들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한 상상을 하며 잠들겠다고 인사했다. 김하은 배우는 거의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궂은 날씨에도 꿋꿋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벅차올랐다고 전했다.
양도혜 감독과 김도이 배우는 촬영 이후 아이돌 팬으로서 겪은 일을 언급하며 모든 아이돌 팬에게 힘내시라는 인사를 남겼고, 김도이 배우는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너무 궁금하다며 좋은 소리만 써달라는 게 아니라 솔직한 후기를 부탁했다.
이해지 감독은 늘 어렵고 버거운 촬영에서 벗어나 즐겁고 행복하게 찍은 영화라며, <덕창>의 사운드를 맡았던 오랜 친구와 이른 작별을 하게 됐는데 하늘이 뻥 트인 정동진에서 영화를 걸게 돼 그 친구가 함께 내려다봤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오우택 감독은 영화의 주인이 관객이라는 것을 생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체감한 것은 처음이라며, 함께 만들었으나 오지 못한 동료에게 넘어지더라도 계속 같이 가자는 말을 전했다.
김수현 감독은 막연히 관객을 상상하며 만들었는데 오늘 한 분 한 분을 실제로 뵙게 돼 신기하고 감사하다며 함께한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냈다. 관객들이 감기 몸살에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관객과의 대화는 마무리됐다.
마침내 김진유 집행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폐막을 알렸다. 정동초등학교에서 모든 상영과 폐막이 진행되지만, 다음 날인 8월 10일 (월)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서 오늘 상영됐던 단편 두 섹션을 다시 상영한다는 안내도 잊지 않았다. 예산과 더불어 여러 사정으로 올해는 자원활동가를 축소해 모집했고, 스태프들이 그 영역까지 맡으면서 다소 버벅거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객석과 무대가 함께 단체 사진을 남기며 제28회 정동진독립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서운함은 기대에서 시작된다. 마음과 시간, 비용을 기꺼이 내어 전국 각지에서 와 준 관객들을 영화제의 구성원 누구 하나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감히, 섣불리, 겨우 몇 개의 단어로 와 주신 분들의 심정을 다 헤아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김진유 집행위원장의 말처럼 모두 뼈아프게 새겼다.
다시 만날 스물아홉의 여름을 기다린다. 당신과 나는 손 잡은 적 없지만, 여기서 매번 이어졌다. 우리 정동진 없는 여름은 상상하지 말자.
P.S.1. 마지막 날, 땡그랑동전상 수상작은 <메밀묵>에게 돌아갔다. 1,038개의 마음이 고모와 조카의 연대를 응원했다.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돌아가서 스태프, 배우들과 맛있는 걸 나누겠다는 말을 남겼다.
P.S.2. 올해 데일리는 두 가지 변화가 있었다. 대담을 신설했고, 장편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일리팀은 영화제가 시작하기 전 모든 작품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매해 하는 일이지만, 같이 나누고 싶었다. 모든 작품을 각기 다른 입 모양으로 사랑한다. 장편이 보다 멀리 가기 바라는 마음을 담아 묻고 답했다. 더불어 개봉을 앞둔 <철들 무렵>, <흐르는 여정>을 기대해 주시면 좋겠다.
정리 / 김민범
사진 / 강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