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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JIFF22_영화가 저문 바다에 별이 떴을 때_제22회 정동진독립영화제 폐막일2020-08-10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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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정동진독립영화제의 마지막 날. 오후 내내 마음을 어지럽히던 일기예보가 무색하게, 저녁이 다가오자 기적처럼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첫번째 섹션이 시작하기 전, 이튿날 땡그랑동전상 수상작이 공개됐다. 관객이 직접 선택한 영광의 주인공은 바로 전승표 감독의 <소풍같이>. 오전에 미리 수상의 기쁨을 만끽한 전승표 감독은 ‘영화의 주인공 순자처럼 우리 어머니께서도 실제로 프리미어리그와 손흥민 선수를 좋아하시는데, 땡그랑동전상 소식을 들으면 몹시 기뻐하실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총 두 개의 단편 섹션이 상영되는 일요일. 첫번째 섹션에서는 장형윤 감독의 <무협은 이제 관뒀어>, 한승원 감독의 <유리창>, 한병원 감독의 <우주의 끝>, 최해람·최지아·윤소진 감독의 <니꺼니>가 상영됐다. 무림고수이지만, 평범한 대학생의 삶을 살고자 하는 진영영과 그와 수업을 같이 듣는 경영학과 신입생 서은정, 그리고 진영영의 청명검을 빼앗고자 하는 다른 문파의 구사맹까지 세 명이 펼치는 무협 로맨틱 코미디 <무협은 이제 관뒀어>, 다만 밝은 고시원 유리창을 가지고 싶었던 락커의 분투기를 강렬한 음악과 함께 다룬 <유리창>, 시한부 진단을 받은 주인공 걸으면서 마주하게 되는 사람과 사물들 사이에서 질문과 대답을 구하는 애니메이션 <우주의 끝>,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본 여자 목욕탕의 풍경을 짧은 런닝 타임동안 응축해서 폭발시키는 <니꺼니>까지 예민한 시선으로 관찰한 세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해낸 작품들이 관객들을 만났다.


 


 

상영 후 진행된 GV는 한병원 감독, 최해람 감독, 한승원 감독·백진우 배우, 장형윤 감독이 참석했다. 한병원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서 춤을 추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는 관객의 질문에 죽음을 앞둔 사람만큼 절박한 사람이 없겠지만, 그러한 고통을 감내하고, 초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어진 산책 중 만나게 되는 할머니는 누구냐는 질문에 인생을 꽤 오래 살았지만, 여전히 대답을 듣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며 지혜의 화신, 어른, 스승과 같은 가상의 존재를 만들었다는 대답을 들려줬다. 졸업영화로 정동진에 오게 되어서 기쁘다는 소감을 밝힌 최해람 감독은 표현 수위에 대한 질문에 다양한 여성들의 몸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고, 같이 만든 다른 감독들과 목욕탕에서 공통된 추억이 많아 하이라이트신을 넣으려고 작품을 구상하다보니 지금과 같이 만들어졌다고 대답을 전했다. 백진우 배우는 영화 속 수록곡을 즉석에서 불러줘서 객석의 환호를 이끌어 냈고, 한승원 감독은 오늘 자리에서 다음 작품에 대한 용기를 얻어간다는 소감을 밝혔다. 장형윤 감독은 치열했던 정동진독립영화제의 예매기를 들려주며 함께 이렇게 영화를 함께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올해 영화제의 마지막 날, 마지막 섹션에서는 진성문 감독의 <안부>, 김다민 감독의 <웅비와 인간 아닌 친구들>, 김시온·이은진·이지영 감독의 <걸작>, 유준민 감독의 <유통기한>이 상영됐다. 생일을 맞은 친구 소미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 온종일 돌아다니며 소미와 자신, 둘의 관계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되는 주영의 이야기 <안부>, 친구가 필요한 웅비와 정체불명 검은 털북숭이의 기묘한 만남과 관계의 전복을 담아낸 <웅비와 인간 아닌 친구들>, 자신의 역작에서 태어난, 예기치 못한 생명체와 장인 사이의 갈등 <걸작>,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어린 남매에게 준 일 하나로 뜻밖의 위기에 처하게 된 지숙을 따라가는 <유통기한>은 서로 독특한 시너지를 만들며 개인의 고민과 세상 속 관계맺기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상영이 끝나고 이어진 GV에는 진성문 감독과 김다민 감독·김유남 배우, 김시온 감독, 허지나 배우가 참석했다. 진성문 감독은 길었던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는 졸업 작품 <안부>에 ‘보고싶고 안부를 묻고 싶은, 한때는 정말 가까웠고 지금도 애틋한 친구들을 향한 마음’을 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김다민 감독은 반려묘와 오랫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내가 고양이를 가족이자 친구라고 느끼는 것처럼 고양이도 그럴까?’ ‘포식자가 잘해준다고 해서 피식자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같은 질문과 고민들을 영화로 풀고자 했다며 <웅비와 인간 아닌 친구들>이 보여준 독창적인 소재와 스타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 주었다. 여기에 김유남 배우가 직접 복잡한 특수분장과 의상에 얽힌 유쾌한 에피소드를 전하며 객석에 웃음을 선사했다. 세 명의 공동감독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김시온 감독은 <걸작>이 ‘신이 인간을 만든 게 아니라 세상을 만들었는데 덤으로 인간이 생긴 것이라면?’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했다고 밝히며, 우연히 코로나19 시국과 겹쳐져 보이는 영화 속의 ‘생존본능’과 인간의 긍정적 의지에 대한 생각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아쉽게도 자리하지 못한 유준민 감독을 대신해 GV에 참석한 허지나 배우는 자타공인 정동진독립영화제 매니아임을 강조하면서, 영화에서 맡은 ‘남매 어머니’역에 대한 애정을 위트 있게 드러냈다.


 


 

마지막 상영이 마무리된 정동초등학교 하늘은 어느덧 반짝이는 별로 가득차 있었다. 매년 정동진독립영화제의 화룡점정 노릇을 하는 최후의 이벤트, 단체사진은 평소처럼 다함께 옹기종기 무대 위에서 찍는 대신 객석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촬영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지난한 장마 기간, 일상 속 거리두기를 이어가면서도 영화와 축제,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제22회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무사히 막을 내렸다. 끝의 끝을 장식하는 건, 매년 그래왔듯 다함께 손을 흔들며 입을 모아 나누는 인사였다. “내년에 다시 만나요!”



 


P.S. 마지막 날의 땡그랑동전상 수상작은 장형윤 감독의 <무협은 이제 관뒀어>가 차지했다. 2008년 제10회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무림일검의 사생활>로 수상한 데 이어 두 번째 쾌거! 밤늦게 전달된 소식에 장형윤 감독은 ‘정말 정말 정말 기분이 좋다’며 들뜬 마음을 전했다. 

 


정리 / 김민범 김송요
사진 / 송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