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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JIFF22_미워하는 마음 없이_<무협은 이제 관뒀어> 장형윤 감독 인터뷰2020-08-1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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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영은 무림고수다. 그는 그 사실이 지겹다. 진사검법의 계승자로 청명검을 자유자재로 소환할 수 있지만, 그는 다만 평범하게 대학 생활을 하고 싶은 스무 살 청년이다. 그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발생하는 무협 로맨틱 코미디 <이제 무협은 관뒀어>가 정동진독립영화제 마지막 날 상영되었다. 장편 독립 애니메이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2013)와 <마왕의 딸 이리샤>(2018)를 포함해 수많은 독립 애니메이션을 만든 장형윤 감독을 만나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 무협과 로맨스를 가로지르는 대화를 나눴다.

 

Q. 독립애니메이션 작업을 꾸준히 해오셨는데 실사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극 중 진영영이 대학의 진학하는 것과 감독님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은 한 편의 제작 기간이 오래 걸려요. 지금까지 장편 두 편을 했는데 한 편을 더 만든다고 하면 또 다른 5~6년이 필요해요. 아이디어는 많은데 애니메이션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애니메이션도 하고, 실사 영화도 하면서 다작을 하고 싶어요. 장편으로 만들고 싶은 아이템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Q.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를 만들면서 느낀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애니메이션에서는 감독이 많은 걸 다 알고 해야 해요. 기술적인 부분부터 인력 관리, 회사 경영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요. 실제 작업에서도 프리 프로덕션에서 많은 부분들이 정해지고, 이후에는 묵묵히 작업이 이어지죠. 저예산 독립 애니메이션을 같이하자고 말하기 쉽지 않았어요. 10년 정도 기간을 고용 보장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반면 실사 영화를 찍을 때는 감독도 중요한 스태프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실사 영화는 촬영, 조명, 배우까지 인력풀이 넓고, 전문가들이 많아요.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실사 영화의 어려운 점들은 날씨, 장소 헌팅, 배우 스케줄까지 돌발 변수들 이었어요.

 

Q. 단편 애니메이션 <무림일검의 사생활>(2007)을 실사화하기로 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무림일검의 사생활>의 기본 컨셉을 가지고 장편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 내용이 어떻게 실사화될지 전혀 감이 안 잡힌다는 주변 의견이 많았어요. 먼저 단편을 찍어보고, 톤 앤드 매너와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장편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Q. 두 영화가 무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칼이 날아오는 설정은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에요. 공간이 열리면서 검이 등장하거나 어디든 부르면 오는 검이 있다는 설정이 좋아요. 저도 무협을 좋아한다고 생각을 못 했는데 좋아하는 거 같아요.(웃음)

 

Q. 무협이라는 판타지적인 설정이 있지만, 청춘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처럼 느껴졌다.

청춘에 대한 이야기로 한정 짓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기본적으로 멜로를 좋아하고, 영화를 찍으면 멜로끼가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랬고요. 이번 작업도 하다 보니 멜로가 들어가고, 자연스럽게 청춘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어요.

진영영은 무림 고수지만, 내가 계속 무협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을 거 같아요. 그래서 대학에 가게 된 거죠. 저 역시도 이런 고민이 많았고, 여전히 하고 있어요. 회사에 다니기도 하고, 학교에 여러 번 들어가기도 했어요. 이런 고민은 보편적일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가 재미없어지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원동연 대표가 한 말이 인상적이에요. 처음에는 죽기 살기로 최선을 다해볼 필요가 있죠. 하지만 자신을 옭아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Q. 진영영은 봇짐으로 가방을 대신하고, 아침이면 웅기조식하고, 달릴 때 ‘슉슉슉’ 입 소리를 내는 등 독특한 인물이면서도 학교 전공은 경영학을 선택했다.

 

진영영은 가난이 지겹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서 비교적 취직이 잘 되는 학과를 선택했어요.

 

 

Q. 처음 돌을 깨는 벽암파괴권과 청명검을 부르는 장면 등에서 CG장면들이 등장한다. 무협 영화 느낌을 위해서는 CG 작업이 많이 필요했을 듯하다.

같이 장편 애니메이션을 했던 스태프에게 근황을 물어보니 CG학원을 다닌다고 해서 도움을 받았어요. 사실 CG 장면이 더 많았는데 못 찍게 된 장면들이 많아요. 예를 들면 재개발 지역에서 무공으로 폐지를 줍는 장면이 시나리오에 있었어요. 막상 촬영하려고 보니 관리하는 사람이 촬영을 허가하지 않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못 찍게 된 장면이 많아 CG 분량이 처음보다는 줄어들었어요.

 

Q. 무협 액션 장면들이 필요한데 이런 장면들에 대한 디렉팅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궁금하다.

애니메이션 출신 조감독이 그린 콘티를 기반으로 무술 감독님이 잘 디렉팅 해주셨어요. 애니메이션에서는 말씀드렸다시피 콘티를 자세하게 짜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실사 영화에서는 글 콘티도 많아서 놀랐는데 촬영하다 보니 로케이션이 자주 변경되고, 돌발 변수가 많아서 그렇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액션 장면에 대한 콘티를 상세하게 짜놓고, 이에 근접하게 무술 감독님과 함께 합을 짜고, 배우들이 동작을 익혀서 촬영을 진행했죠.

 

Q. 의상들은 어떻게 설정하게 되셨는지 궁금하다. 언월도를 휘두르는 검객들은 경비원 복장을 입고 있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제가 원하던 비슷한 복장을 찾았어요. 식당에서 입고 있는 옷들이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의 옷이었어요. 후반 무협 장면은 한예종 근처에 있는 의릉에서 찍으려고 했어요. 그곳에서 했다면 사극 복장을 입었을텐데 여러 이유로 촬영을 할 수 없었어요. 무협 고수들이 일상에 숨어 있다는 설정이기에 고깃집 사장도 생각했었는데 조금 뻔하고, 경비실에서 촬영하자니 촬영이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옥상에서 경비원 복장으로 촬영하게 됐어요.

 

Q. 무협을 한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영영도 자신에게 잘해주는 대학 동기 서은정에게 쉽게 마음을 내어주고, 구사맹도 술자리에서 진영영의 일상적인 물음에 울음을 터뜨린다.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사람들에게 성격 차이는 있지만, 다들 외롭지 않나 느껴요.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이런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는 거 같아요. 무협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구사맹은 일이나 공부 대한 의지는 있지만, 성과는 잘 안 나오고, 그에 비해 부모님의 기대는 큰 사람일 수도 있어요. 외로울 거예요. 진영영은 그 반대의 인물이지만, 무협을 잘한다고 현실에서 유용하지는 않아요. 생계유지가 쉽지는 않겠죠. 또 다른 방식으로 외롭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단편을 하나 더 만들고, 장편 영화를 만들 계획이에요. 거칠게 말하면 <무협은 이제 관뒀어>의 장편 버전이죠. 기본 설정을 제외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바뀔 거에요. 제작비 문제가 조금 있어서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각각 다른 시나리오도 준비하고 있어요.

 

정리 / 김민범

사진 / 송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