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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JIFF22_무뚝뚝한 말투는 배려였어_<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김소형 감독 인터뷰2020-08-0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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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은 일본에 사는 딸 미월을 보러 간다. 공항에서 딸 대신 마주한 사람은 사위의 딸, 우에쿠사 안이다. 미월의 결혼으로 갑작스럽게 가족이 된 정연과 안은 툴툴대지만, 천천히 보폭을 맞춰 나간다.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는 일본의 정취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인물이 가족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소형 감독과 만나 진한 여름 내음이 나는 영화에 대해 묻고 답했다.

 

Q. 어떻게 한일합작영화를 진행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과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님이 만들었고, 아드님이 총장으로 있는 일본영화대학이 매년 합작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한 해는 한국 감독이 일본에서 현지 스태프들과 영화를 찍고, 일본 감독이 한국에서 진행해요. 제가 졸업을 앞둔 여름에 한국 감독이 일본에 가는 차례였어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지원했는데 운 좋게 찍을 수 있게 되었어요.

 

Q. 크레딧을 보면 한일 양국의 많은 스태프들이 함께 만들었다.

규모가 꽤 큰 현장이었어요. 스태프들이 50명 정도 됐고, 선생님들도 다 오셨어요. 촬영 감독과 감독의 대화 방식이 굉장히 다른게 인상적이었어요. 한국에서 촬영할 때는 제가 대략 콘티를 생각하고 촬영감독과 이야기하면서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어느 정도 정해요. 가능하다면 스토리보드를 정리해서 들어가는데 일본 스태프들은 이런 방식이 익숙하지 않더라고요. 촬영 전에 리허설을 집중적으로 하고, 현장에 가서는 스태프들이 동그랗게 모여 있으면 그 앞에서 배우들이 찍을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들이 편한 방식으로 보여줘요. 보고 나면 스태프들이 각자 자리를 잡아요. 마이크, 조명 그리고 카메라 감독과 이야기해서 어떻게 찍을지 정했어요. 처음에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기도 했어요. 제가 느끼기에 이런 방식은 배우분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게 해줘요. 카메라 때문에 배우를 움직이게 하지 않는 현장이어서 배운 게 많은 현장이었어요.

 

 

Q. 영화의 제목이자 삽입곡이기도 한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는 영화 전체의 정서에 큰 영향을 끼친다. 산울림의 노래로 제목을 정하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계절감이 있는 음악을 두 인물이 같이 부르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워낙 산울림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 여름이랑 잘 어울리는 노래라서 선택하게 됐어요.

 

Q. 영화 속 장면들도 일본 여름의 계절감이 많이 느껴진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일본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좋아 시작했어요. 이와이 슌지 영화를 좋아해서 같은 영화를 반복적으로 보면서 나오는 공간들에 대한 관심을 키웠어요. 막연하게 일본에서 영화를 찍어보고 싶었는데 실제로 찍으러 가보니 정돈된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굉장히 이국적으로 다가왔어요. 길을 내려오면서 정연이 ‘일본은 어떻게 이렇게 깨끗해. 집들도 예쁘고’ 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이 있어요. 찍을 때 일본 선생님께서 이렇게 평범한 골목에서 왜 이런 대사를 하냐고 하셨어요. 그렇지만 저는 그 느낌이 좋았어요. 일본인들이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한국인들이 보기에는 특색있는 공간을 담고 싶었어요.

 

Q. 정연이 일본 공항에 도착하면서 소나기가 내린다. 우연처럼 다가온 장면인지, 시나리오부터 계획했었는지 듣고 싶었다.

원래는 쨍한 여름을 생각하고 시나리오 작업을 했었어요. 예측할 수 없는 일본 날씨 덕에 촬영 당일 비가 왔어요. 찍고 나서 보니 인물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모습, 짜증 내는 정연의 모습, 비가 오는 전체적인 느낌이 좋았어요.

 

Q. 한국인 ‘유정연’과 일본인 ‘안’이 불리한 상황에서는 각자의 언어로 도망가는 게 유쾌했는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두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주요하게 생각하게 있는지 궁금하다.

캐릭터에 많이 기댔어요. 두 사람 모두 귀여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닌척 하면서도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는 솔직하게 표현을 하는 사람이었으면 했죠. 유정연 역할을 맡은 김자영 배우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연이 많이 투덜대고 어른스럽지 않았으면 했어요. 안은 어른이랑 맞먹으려 하기도 하고요. 이런 지점에서 둘이 부딪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한국인 배우가 일본어를 사용해서 연기하고, 일본인 배우와 함께 영화를 촬영했다. 일본에서 연출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도 궁금하다.

김자영 배우님은 일본어로 인사 정도만 간단하게 할 수 있었어요. 정연이 오래전에 일본어 선생님을 했던 설정이니까 억양은 한국어로 하는 일본어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본영화대학 한국인 유학생들이 녹음해 준 파일로 연습을 하셨어요. 고생이 많으셨죠. 안과 소통을 할 때는 워낙 잘하고 똑똑해서 제가 뉘앙스를 말하면 잘 이해해줘서 큰 불편함은 없었어요.

각 파트마다 한국인 유학생들이 있어서 통역을 해줬어요. 저랑 계속 같이 다니는 통역도 있었고요. 처음에는 그 친구를 통해서만 말 할 수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까워지다 보니까 언어를 넘어서서 서로의 기분이나 상태를 알 수 있었어요.

 

Q. 안은 트와이스 정연을 좋아하고, 정연은 일본이 좋다는 말을 자주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호감이 존재하고, 비슷한 성향이 있지만 둘은 거리를 유지한다.

어린 여자아이와 나이 많은 여자가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둘 다 모난 구석도 있고, 상냥하지는 않지만, 둘이 친해질 듯한 느낌이 드는 영화를 찍고 싶었어요. ‘미월’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타의로 정연과 연이 가족이 되어버렸죠. 가족이기는 하지만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황이에요. 서로에 대한 호감은 있지만, 각자의 이유로 표면적으로는 미워할 수밖에 없고, 또 미워하려고 노력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Q. 첫 장면이 요코하마 공항에서 시작하고, 가와사키 지역 버스도 등장한다. 로케이션과 안이 사는 공간은 어떻게 찾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요코하마와 도쿄 사이에 있는 가와사키가 일본영화학교가 있는 곳이에요. 자연스럽게 근처에서 장소들을 찾게 되었어요. 일주일 정도 사전 방문을 했을 때, 제가 공간에 대한 느낌을 말하면 스태프들이 리스트업해주고, 가보고 싶은 곳들을 방문해보면서 진행했어요. 일본에서 찍으니까 아파트보다는 일본식  정원이 있는 가옥이면 좋겠다고 말했었어요. 번화가나 관광지가 아닌 거주지 안쪽에서 발견 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원래는 간소한 집이었는데 미술하는 친구가 디테일에 많이 신경 써줬어요. 집을 빌려주신 분이 일본영화대학을 졸업하신 분인데 원래는 벽에 액자, 사진, 방석도 없었는데 더 일본스러움을 살리고 싶어서 생활감을 줄 수 있는 소품들을 많이 배치했어요. 다다미를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 큰 테이블을 작은 테이블로 바꾸기도 했고요.

 

Q. 정연과 안은 각자의 상황과 마음에 대해 고백을 하지만 언어가 다르기에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다.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단어나 문장뿐만 아니라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의 감정이 전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각자의 언어로 말하는 설정을 했고, 정연은 일본어를 알아듣지만, ‘나는 긴말을 못 알아들어’라고 말을 하죠. 어쩌면 정연은 다 알아들었을 수도 있어요. 진지하고 힘들게 이야기했는데 다 안다는 듯 말하는 것보다는 슬쩍 모른 척을 해주는 편히 상대를 편하게 해주고 배려해주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Q. 두 사람의 고백 후 기모노를 입은 엄마와 딸이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가 딸과 엄마의 관계를 많이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정연과 미월, 미월과 안, 두 사람 모두 모녀 관계에 대한 애틋함을 가지고 있어요. 기모노를 입은 엄마와 딸을 보면 딸이 툴툴거리면서 걸어와요. 엄마는 달래려고 하고 있고, 제3의 모녀를 보면서 각자 느끼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Q. 많은 영화제들이 온라인 상영으로 진행해서 관객들을 많이 못 만났을 거 같다.

미쟝센영화제에서 상영을 했었고, 오렌지 필름과 상영회를 두 번 정도 진행했어요. 이 영화를 제가 작년 8월 말, 요코하마에서 찍었어요. 항구 쪽이어서 굉장히 덥고 습했죠. 진짜 여름 같은 여름을 보냈는데 올해는 비도 많이 오고, 날씨가 우중충해서 여름이 맞는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여름이라는 계절감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고, 본인 혹은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가벼운 방식으로 하고 있으니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올해 2월에 학교를 졸업했어요.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하고 싶어요. 연기, 연출 혹은 다른 역할이던 영화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힘닿는데 까지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언젠가는 장편 영화를 만들 날을 기다리면서 장편 시나리오를 쓰고 있어요.

 

정리 / 김민범

사진 / 송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