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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JIFF22_5교시 영화 수업_문소리 배우2020-08-0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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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둘째 날, <아가씨>(2016), <리틀 포레스트>(2018), <메기>(2019) 등 독립 영화와 상업 영화를 종횡하는 배우이자 옴니버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2017)의 단편 중 하나인 <최고의 감독>으로 2016년, 제18회 정동진독립영화제 땡그랑 동전상을 수상하기도 한 문소리 감독이 5교시 영화 수업의 첫 번째 대담자로 영화제를 찾았다. 대화는 백은하 배우연구소장의 진행으로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하게 된 열 한 명의 참석자와 함께 정동초등학교 다목적실에서 이뤄졌다. 수업은 배우이자 감독인 영화인 문소리의 모습부터 자연인으로서의 모습까지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시간이었다.

 

 

백은하(이하 백) : 작년부터 ‘5교시 영화 수업’을 진행하면서 관객분들과 보다 가까이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이번 ‘5교시 영화 수업’ 강연자를 영화제 측에서 고민하다가 문소리 배우만큼 적합한 사람이 없다는 결론 끝에 수업에 초대하게 되었어요.

 

문소리(이하 문) : 2016년에 단편 <최고의 감독>으로 정동진 영화제에 왔었어요.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왔다가 땡그랑 동전상을 받게 된 거예요. 정말 기뻐서 의자에도 올라가고, 소리도 질렀던 기억이 있어요. (웃음) 지금 생각하면 조금 민망해요. 나무로 된 트로피와 당시 역대 최고 금액으로 30만 원이 넘는 동전을 받았어요. 지금도 잘 보관하고 있어요. 이후에 역대 땡그랑 동전상 수상자로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뭐든 하겠다고 했는데 박광수 집행위원장님이 놓치지 않고 5교시 영화 수업을 제안해주셔서 하게 됐어요.

 

: 문소리 배우가 주연을 맡았던 <박하사탕>(2000)이 2000년 1월 1일에 개봉했어요. 21세기를 시작과 함께 등장한 밀레니엄 배우죠. 한국 영화에 등장한 지 햇수로 꽉 채운 20년이 되고 있는데 <바람난 가족>(2003),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리틀 포레스트>로 이어지는 배우로서는 꽉 찬 사계절을 보내기도 했고, <하하하>(2010),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2018)으로 이어지는 씨네아스트 홍상수, 장률 감독과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옥섭 감독과 함께 독립영화 <메기>부터 시작해서 최근 <SF8>의 <인간증명>까지 다종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물론 땡그랑 동전상을 수상한 감독님이시도 합니다.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소리 배우의 삶이 참가자분들에게 어떤 대답이나 단서 되는 90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박하사탕>에서 2,000대 1의 오디션을 뚫고 윤순임 역을 맡게 되셨어요. 참가자분들의 다양한 질문 중 한 분이 배우를 꿈꾸는 중학생인데 최근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다고 하세요. 문소리 배우님께 오디션을 볼 때 주의해야 할 점, 배우로서 연기에 필요한 것들을 조언해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셨어요.

 

: 저는 오디션을 아주 많이 본 편은 아니지만, 배우를 준비하는 2년의 시간 동안 여러 학교의 단편 작업들을 많이 했어요.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오디션에 대해서 말할 기회가 있었는데 오디션 보고 나면 기분이 좋을 수가 없어요. 오디션이란 짧은 시간 동안 한 사람에 대해 알기란 불가능해요. 인연이 되면 만나는 거에요. 감독이 구상하고 있는 대본의 인물 이미지가 있을 거에요. 그 이미지와 맞는다면 캐스팅이 되겠죠. 오디션장에서 알 수 있는 건 사람의 피상적인 부분밖에 없어요. 오디션은 나를 보여주고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에요. 제가 생각할 때 감독의 취향에 맞춰서 오디션을 볼 수도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을 보여주는 일이에요. 자기 확신을 할 수 있다면 분명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요. 연습은 도움이 될 거에요. 연습하는 동안 몸을 단련할 수 있고, 내가 어떤 걸 잘할 수 있는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죠. 하나의 오디션에 합격하기 위해 접근하기 보다는 실전 공부처럼 오디션에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디션을 위해 연기 해나가는 과정 중 좋은 작품을 만날 수도 있고, 혹은 연습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저도 그렇고 연기 지망생들에게 여전히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해요. 어쩌면 선택을 받아야 하는 배우의 숙명이기도 하죠.

 

: 개별 오디션의 당락에 낙담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 같습니다. 다른 참가자분께서 문소리 배우님이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는 동력이 무엇인지 여쭤보셨어요.

 

: '배우를 하겠다’, ‘연기가 하고 싶다’는 마음먹은 거부터 엄청난 일을 한 거라고 생각해요. 배우 생활이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대부분의 배우가 다음 작품 없이 두 달이 넘어가면 비슷하게 힘들어하죠.(웃음) 하지만 이런 불안은 배우라는 일을 선택하는 순간 평생 가는 거에요. 굉장히 어려운 직업을 선택한 거죠. 다른 직업도 분명 다른 고통이 있겠죠. 매일 아침 8시까지 출근을 하는 일은 다른 종류의 고통이 될 거에요. 배우들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평생 가져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공부하고 버티는 방법을 찾는 게 정말 중요해요. 그렇지 못하면 재능과 매력이 있어도 낙마할 수 있어요.

저에게 어떤 동력이 있었는지 열심히 분석해보지 않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어릴 때부터 이야기가 좋았어요. 하나의 이야기가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일, 이야기의 즐거움, 희열, 평안이 친구를 만나는 것보다 더 좋았을 때도 있었어요. 처음에는 연극에 빠져있다가 다음에는 영화라는 이야기에 빠지게 됐죠. 또 한동안은 ‘나는 영화를 잘 모르니까’가 동력이 되기도 했었어요. 나는 지금 잘 모르니까 무엇인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람난 가족>을 찍은 뒤에 7~8년은 더 공부하고, 찾아보게 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저는 직업으로서 배우가 되기 위해 삶을 달려왔다기보다는 이야기가 좋았고, 서사가 펼쳐지는 게 좋았는데 직업으로 배우가 들어온 거라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만들어 내면서 제 몫을 잘하고 싶어서 더 영화에 대해 더 공부하게 되었고, 감독을 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보게 되었어요. 이야기 안에서 계속 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거죠.

 

: 다른 질문으로 ‘남자친구와 같이 배우를 하고 있어요. 코로나로 인해 최근 일이 많이 없어서 힘든데 서로 위로하고 있지만, 헛헛할 때가 많아요. 문소리 배우님은 장준환 감독님과 같이 영화업을 하고 계시는데 어떤 말씀들을 주고받는지 궁금해요’라고 적어주셨어요.

 

: 저는 장준환 감독과 유며 코드와 영화 보는 취향이 잘 맞아요. <박하사탕>과 <지구를 지켜라>(2003)라는 영화 사이의 간극만큼 한국 사회에 발을 딱 붙이고 뒷골목을 바라보는 사람과 다른 안드로메다에 관심 있는 사람 사이의 거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화를 해보니 서로 취향과 대화가 잘 통했어요. 저희는 같이 어떤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새로운 아이템에 대해 의견을 나눌 때 훨씬 강점이 있죠. 아이를 키우고, 밥 해먹다 보면 이야기할 시간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이야기가 잘 통해서 대화가 많은 편이에요.

이제 십 여년을 같이 살았는데 영화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오르내림이 있어요. 올라갔을 때는 둥둥 떠서 잘 지낼 수 있죠. 그런데 내려갔을 때 어떻게 지내느냐가 중요해요. 가끔 ‘나는 재능이 없나 봐요.’라고 서로 이야기할 때가 있어요. 바로 ‘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반문하지는 않아요. 이렇게 내려갔을 때, 변하지 않는 믿음이 필요한 거 같아요. 서로에게 당신은 유일무이하고,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혹은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주면서 힘이 될 때가 있었어요.

 

 

: 오늘 참가자 중에 배우로 활동하는 분들이 많으신 거 같아요. 이 분은 연기를 할 때는 최선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역할에 충실한 것이 아닌 자기 개인의 욕심이었다는 걸 깨닫고 힘들 때가 많으셨다고 해요.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하지만, 욕심을 못 버리고 있는데 문소리 배우님은 자신의 연기를 의심했던 적이 있는지, 혹은 부끄러웠던 적이 있는지 궁금하고, 어떤 역할의 충동인지 배우의 욕심인지 쉽게 구분하기 어려운 순간들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알고 싶다고 적어주셨어요.

 

: 연기를 하면서 정신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자기 확신이 굉장히 중요하죠. 지금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는지, 감정의 리듬과 수위가 맞는지, 어떤 경로로 감정이 이어졌는지 등 수많은 질문을 해봐야 해요. 이때는 의심이 많죠. 의심과 질문 이후에 다져진 자기 확신만이 내 것이 돼요. 그렇지 않은 것들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에요. 그래서 저는 ‘레디 - 액션 - 컷’ 사이에는 엄청난 자기확신이 필요하지만, 그 이외에는 자기 의심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유연하게 사고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약해질 때가 많죠. 그렇지만 연기의 순간에는 의심하면 안 돼요. 그전까지 할 수 있는 수많은 의심과 질문을 하고,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연습을 해봐야 해요.

실제 촬영장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스태프들과 눈을 맞춘 뒤에는 모든 질문을 종료하고, 자신을 갖고 몰입해야죠. 몰입이라는 게 하나의 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물결이 흐르듯이 몰입된 순간도 흘러가는 거에요. 몸은 유기적으로 결합으로 움직여야죠. 몸이 얼마나 복잡해요. 신체기관을 하나하나 어떻게 조절하겠어요. 액션의 순간에는 몰입하되 컷 하는 순간에는 다시 수많은 의심과 질문을 해야 해요.

시나리오에 대해 질문이 적은 사람은 좋은 연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자신의 연기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의심을 하는가가 얼마나 몰입할 수 있냐와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제 연기를 보면서 부끄러웠던 적도 많아요. 경험이 없을 때는 어렵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모든 과정이 다 필요했던 거 같아요.

 

: 연기는 흐름을 타는 것 그리고 의심하고 확신하는 일은 반복하며 고쳐나가는 거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 조금 더 말을 덧붙이면 프리 프로덕션 때 후배 배우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어요. 얼마나 많은 질문을 할 수 있는지가 내 연기의 범위가 된다고도 생각해요. 저는 좋은 감독님들과 프리 프로덕션을 오래 가져가면서 편하게 질문할 기회가 많았어요. 이창동, 임상수, 임순례 감독뿐만 아니라 많은 감독님에게 마음껏 질문할 수 있었어요. 학교 다닐 때, 저는 받아적기만 하고, 입을 꾹 닫고 있는 학생이었는데 학교에서 못 배웠던 거를 여기서 다 배운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죠.

 

: 카메라 울렁증이 극복이 안 된다는 질문도 해주셨어요.

 

: 카메라 울렁증이라는 말을 안 썼으면 좋겠어요. 누가 찍고 있으면 긴장이 돼요. 분명 더 흥이 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은 긴장해요. 긴장을 풀고, 텐션을 조절하는 게 중요해요. 많은 훈련과 연습을 통해 조절할 수 있어요. 스타니슬랍스키 연기 교본에도 텐션 조절을 중요하게 다뤄요. 텐션 조절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야 해요. 연기 선배들의 방법을 적용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달라요. 텐션은 근육과 관련이 많아서 자기 근육을 느낄 수 있어야 해요. 복식호흡도 텐션을 조절하는 방법 중 하나에요. 제가 대학에서 수업할 때, 『No Acting Please』라는 책을 같이 읽었어요. 액팅(Acting)을 하지말고, 되어야(Being)한다고 적고 있어요. ‘그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액팅을 하려는 순간 긴장을 하게되니 비잉의 상태를 만들기 위해 긴장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이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어요.

 

: 자기 신체에 대해 잘 알고,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 대해서 수많은 사람이 공부하고 알아가고 있지만, 이런 일들은 인간으로서 쉽지 않은 일인 거 같아요.

다른 질문은 ‘연기를 하고 싶어서 분투하다가 지금은 직장을 다니고 있어요. 만족하다가도 이렇게 사는게 좋은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 전공을 하지 않았는데 연기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만났을 때, 격의 없이 대해주시는 모습에 반해 인간 문소리와 가치관이 궁금해졌어요.’라고 써주셨어요. 문소리 배우님도 나중에 연극영화과에 진학하셨지만, 연기하기 전에 교육학을 전공해서 비슷한 고민들을 하셨을 거 같아 도움되는 답변을 해주실 수 있을 거 같아요.

 

: 학교에서 배우면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이창동 감독님이 말리셨어요. 덕분에 계속 현장에서 연기했죠. 학교에서 공부하면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정보가 조금 더 많아지고, 네트워크가 생겨요. 고민을 나눌 상대가 있으니 실의에 빠지지 않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그러나 연기는 어쨌든 본인이 많이 부딪치고 해보는 방법밖에 없어요. 결국 연기 잘 하기 위해서 무조건 학교에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울타리와 의심을 줄일 동료가 필요하고, 혼자서 공부할 수 없다면 학교에 가도 좋아요. 중요한 건 계속 공부하는 태도예요. 공부는 학교에 다니든, 그렇지 않든 평생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 배우 문소리가 아닌 감독 문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눠보면 문소리 배우가 감독을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작품을 할까 궁금했어요. 개인적으로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보면서 배우를 잘 하기 위해 연출을 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작품에서 연기만 했을 때와 연출을 하고 나서 어떤 다른 점이 있고, 연기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궁금해요.

 

: 연출을 하면서 영화 전체에 대한 이해가 늘었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연기를 잘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연출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다음 작품에 대한 불안보다는 영화를 좀 더 재밌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나리오를 써보기도 하고, 제작해볼 수도 있기 때문에 선택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었어요. 저는 연출 공부를 하는 과정이 배우 문소리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고도 생각해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영화 공부를 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 지난 몇 년간 한국 혹은 세계 속 여성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와 동시에 해방감 그리고 감정적인 동요가 있을 수밖에 없는 시기가 지속되고 있어요.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속에서도 다양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다루고 있어요. 영화와 현실에서 여전히 풀어야 하는 숙제이기도 하죠. 질문 중에서도 여배우로서의 삶에 대해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또 <여배우는 오늘도>를 보면서 배우의 삶은 일반인들의 삶과 다를 거 같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는 말도 있었고요.

 

: 저는 ‘평범’이라는 가치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 교육론 중에서 너는 특별한 아이라고 기른 것이 아닌 인간은 다 같으면서 또 다르다는 걸 강조하는 방식이 있어요. 아이가 노력해서 얻어낸 성취에 대해서는 분명 칭찬을 해야 하지만, 아이 자체로 특별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반대하는 교육론이죠. 사실 어떤 면에서는 배우라는 직업이 특별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제 연기에 큰 기반이 평범함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연기하기 전인 스물여섯 살까지의 삶이 연기를 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해요. 리얼한 세계를 만드는데 굉장한 힘이 되죠.

지금도 촬영이 끝나는 순간, 가장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해요. 그러는 편이 저의 정신 건강에도 좋고요. 이 역시도 배우마다 다르겠죠. 저에게는 평범함이라는 가치가 중요하고, 나는 특별하니까 다른 걸 해야 해라는 태도는 저와 맞지 않아요.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들을 탄탄하게 해내고, 그 안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말처럼 쉽지만은 않아요. 저도 지향하고 있을 뿐이에요.

 

: 20년 넘게 문소리 배우의 등장부터 바라보면서 영화 시장 속에서 여성으로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감독의 페르소나로 등장해서 누구의 딸도 아닌 문소리가 되어가고 있는데 예술계 안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의 변화 느끼실 거 같아요. 이 이야기는 밤을 새워도 모자라겠지만, 압축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 말씀하신 것처럼 짧게 말하기 어려운 문제죠. 제가 남자로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것으로 헤아려봤을 때, 여성으로서의 삶이 조금 더 복잡해요. 그간 많은 권력과 역사를 남성들이 주도해왔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들이 높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그렇다고 화가 나지는 않아요. 극복해 나가야 할 것들을 같이 극복해 나가면 성취감도 있을 거 같고요. 과정 속에서 변화의 순간을 이끌어 내는 것은 재밌고 즐거운 일이잖아요. 예전에는 슬펐던 적도 있고, 화났던 적도 있지만, 그런 순간이 없었다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아쉽지는 않아요. 죽기 전에 생각했을 때, ‘한평생 별일 없었네’보다는 ‘내가 사는 동안 무언가 변했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딸에게는 예전에는 이랬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변했어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변하지 않는 것보다는 변하는 것이 좋고, 같이 해나갔으며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어느 순간부터 문소리라는 배우가 독립영화에 나오는 것이 어색하지 않아요. 배우님에게 독립과 상업의 경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 어떤 작품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큰 거 같아요. 독립영화라도 제 기준에서 재미없으면 거절하기도 하고, 상업 영화에서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구태의연하고 수백 번 본 거 같은 영화라면 반려하는 경우도 있어요. 상업영화, 독립영화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배우와 감독 그리고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독립영화는 개성을 드러낼 가능성이 제약 많은 상업영화보다 많으니까 다양성을 위해 독립영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감독들이 기회를 펼치고,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어요.

 

: 독립영화에 출연하는 문소리가 아니라 한 시간 반이 이렇게 지났는데 앞으로 문소리 배우의 50, 60대가 궁금하네요.

 

: 앞으로도 재밌는 작품과 감독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저는 다양하고, 재밌는 감독들을 만나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저만큼 운 있는 배우들을 못 봤을 정도예요. 앞으로도 서로 많은 것을 주고받을 수 있고, 그 과정이 신이 나는 감독님들과 작업을 했으면 좋겠고, 그렇게 무언가 만들어 나면서 50, 60대 그리고 밥숟갈 놓을 때까지 영화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 저 역시도 영화라는 넓은 장의 동료로서 굉장히 많은 자극을 받는 시간이었어요. 여러분에게도 그런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마지막 소감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제가 인원수가 적어서 너무 편하게 이야기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웃음) 솔직한 마음을 나눈 기분이었어요.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제 이야기가 아니에요. 여러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문소리가 무엇이라 말했다고 해서 그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 귀로 흘리고 내 마음대로 할 거야 라고 하면 또 다른 멋진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말이 메뉴얼도, 룰도 아니니 앞으로 적극적이고, 재미있게 자신의 방향을 찾아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정리 / 김민범

사진 / 송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