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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JIFF22_하늘은 흐려도 영화는 화창, 제22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이튿날2020-08-09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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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정동진독립영화제의 이튿날이 밝았다. 영화제 첫날인 금요일엔 기적적으로 날이 개어, 마지막 상영 중간쯤엔 별이 총총 뜬 정동진 하늘을 만날 수 있었다. 마스코트 우산살소녀의 가호가 2일차까지 이어지기를 기원하면서, 영화제를 꾸리는 구성원 모두 안전한 관람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을 점검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이틀차 정동진독립영화제의 첫 공식 일정은 다름아닌 땡그랑동전상 수여식. 개막일 땡그랑동전상은 <내언니전지현과 나>의 박윤진 감독에게 돌아갔다. 관객 분들이 소중한 마음을 담아 <내언니전지현과 나> 버켓에 던져 주신 동전은 무려 981개로 집계됐다. <내언니전지현과 나>의 박윤진 감독은 상영 당시 느낀 작품과 정동진독립영화제의 유쾌한 시너지를 언급하며, 관객의 적극적 호응에 감사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코로나19는 정동진독립영화제의 요모조모에 영향을 미쳤다. '별이 지는 하늘, 영화가 뜨는 바다'의 시간인 저녁이 되기 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찾아오는 해가 정동진을 차지하는 낮 시간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독립영화인들이 손수 차린 점심을 함께 나누는 '기분좋은 밥상', 정동진해수욕장에 삼삼오오 모여 추억을 쌓는 시간인 '인디파워 눈' 또한 올해만큼은 일상 속 거리두기를 이어가기 위해 잠시 쉬어가게 됐다. 모든 관객과 독립영화인이 아쉬움을 뒤로한 채 안전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변화를 이해했기에 오후 시간은 평화롭게 흘러갈 수 있었다.




물놀이와 식사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사람들 사이를 오가는 이야기만큼은 활기를 잃지 않았다. 정동진독립영화제의 백미, 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과 함께하는 영화인과의 대화 '5교시 영화수업' 덕분이다. 토요일 5교시 영화수업을 이끈 인물은 바로 문소리 배우 겸 감독. 특유의 카리스마와 솔직담백한 입담으로 배우 인생과 예술가로서의 철학, 작품 앞에서의 태도를 공유해준 문소리 배우 겸 감독으로 인해 비 내리는 영화제의 낮에도 남다른 활기가 찾아왔다. 


 


 

드디어 작품 상영이 시작된 저녁 8시. 이십 년 가까이 정동진독립영화제와 동고동락한 에어스크린을 보수하고 오후 내내 땅을 적신 여름비의 흔적을 치우느라 분주했던 것도 잠시, 스크린에 영화가 떠오르자 금세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은 축제의 활기찬 표정을 되찾았다. 이틀차 첫 섹션으로는 손흥민의 열렬한 팬인 여성 노인 순자의 파란만장 회춘기 <소풍같이>, 엄마와의 <나와 승자>, 토막난 채 불화하는 신체의 각 부위가 떠나는, 기묘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모험 <조금 부족한 여자>(허수영 감독), 삭발을 하고 천막에서 자는 아빠를 만나러 간 열 살 민찬이의 이야기 <머리가 자라면>, 일본으로 가 뜻밖의 가족을 맞이하게 된 정연과 한국에서 온 뜻밖의 가족과 마주친 안의 아웅다웅 화합기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가 상영됐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는 <소풍같이>의 전승표 감독과 정수지 배우, <나와 승자>의 김아영 감독, <머리가 자라면>의 장현호 감독과 최현준·김진수 배우,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의 김소형 감독이 참여했다. 넓게는 가족과 성장이라는 공통분모로 연결되는 작품들에 관객 모두 애정어린 지지를 보냈다. 


 


 

2회차 상영의 막이 갓 올랐을 무렵. 하늘에서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객석 모두가 우비를 나누어 입고 관람을 이어갔다. 높아지는 습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맺힌 스크린과 쑥불 향 담긴 바람, 공기를 채우는 소리의 진동이 특별한 빗속 영화제의 운치를 더했다. 상영작은 호랑이띠 엄마와 소띠 딸의 목소리를 교차하며, 호랑이처럼 용맹하고 당당한 엄마가 지나온 시간들을 남다른 동세와 속도감으로 보여주는 <호랑이와 소>(김승희 감독), 대머리 마을에 찾아온 '소가 핥은 것 같은 머리(?)'의 마법과 삽시간에 찾아온 반전을 위트 있게 표현한 <대머리마을 이발사>, 낭떠러지에서도 서로를 구하는 사람들의 일상 같은 기적과 기적 같은 일상을 담은 영화 <도와줘!>, 성소수자 딸을 둔 중년의 교사 수미가 경험하는 '성소수자 부모라는 퀴어 되기'의 오돌토돌한 여정이 살아 있는 작품 <굿 마더>. 상영이 끝난 후 <대머리마을 이발사>의 성보경 감독과 <도와줘!>의 김지안 감독과 변중희·곽민규 배우, <굿 마더>의 이유진 감독과 오민애·나애진 배우가 관객과의 대화를 찾았다. 전날 <뒤로 걷기> 배우로 무대에 오른 변중희 배우는 <도와줘!>로 이틀 연속 관객을 만나, '늦깎이 배우에게도 낭만과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다'라며 작품과 영화제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굿 마더>의 오민애 배우 역시 지난해 <나의 새라씨>로 찾은 정동진독립영화제가 각별히 즐거웠다며 추억을 공유했다. 


 


 

토요일 밤을 밝힐 마지막 작품으로는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이 상영됐다. 상영 중간 빗줄기가 거세지고 운동장 바닥이 질척해졌지만, 여전히 수많은 관객이 끝까지 객석을 지켰다. 새벽 한 시가 되어서야 엔딩 크레딧이 올랐음에도, 뒤이은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뜨거운 박수갈채와 질문공세가 쏟아졌다. 윤단비 감독과 양흥주·최정운 배우 모두 <남매의 여름밤>이 길어올린 감정, 고통과 기쁨이 공존하는 유년기의 추억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GV를 이어갔다.


 


 

갑작스런 소나기를 비롯 궂은 날씨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빛내준 관객의 힘으로 이튿날 일정은 무탈히 마무리됐다. 흐린 날씨에도 모두의 마음에 화창한 추억을 선사해준 제22회 정동진독립영화제의 토요일이었다. 



정리 / 김송요
사진 / 송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