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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JIFF22_현재진행형인 우리 역사를 이야기하기_<내언니전지현과 나> 박윤진 감독 인터뷰2020-08-0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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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언니전지현과 나>는 1999년부터 서비스되었지만 오랫동안 업데이트 없이 방치된 게임 '일랜시아'와 여전히 일랜시아를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BGM을 틀어놓으면 에러로 게임이 멈춰버리는 게임 속에서, 사람들은 채팅창에 노랫말을 쓰며 가상의 음악을 나누고 캐릭터를 정면으로 서게 해 스크린샷 단체 셀카를 찍는다. 일랜시아를 지키는 '내언니전지현'이자 다큐멘터리 <내언니전지현과 나>를 연출한 박윤진 감독을 만나 영화 안팎과 앞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첫 질문으로 영화를 보며 생긴 첫 궁금증에 대해 여쭈려 한다. 길드명이 '마님은돌쇠만쌀줘'가 된 비화가 궁금하다.

길드가 7년 정도 됐는데, 처음 같이 만든 친구가 준 후보 중에서 제일 B급 감성으로 느껴지는 걸 골랐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쓸 줄은 몰랐던 거다.(웃음) 다른 후보엔 일랜시아를 해야 이해할 수 있는 유머가 담겨 있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지금 길드명이 가장 무난하기도 했다.

 

Q. 인터뷰이로 참여한 일랜시아 유저들과는 온라인에서 연결된 관계인데, 인터뷰 대부분이 집에서 이뤄진다는 것이 재미있다.

인터뷰이들이 가장 편하게 느끼는 공간에서 만나고 싶었다. 다들 두 시간 이상 인터뷰를 했는데, 진짜 끌어내고 싶은 이야기는 대부분 대화가 무르익어야만 나올 거라는 생각이 들어 편안한 곳에서 대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다들 집에서 일랜시아를 플레이하기도 한다. 오히려 피씨방에서보단 집에서 몰래 하기를 선호한다.(웃음)

 

Q. 오프라인에서의 모습을 영화로 남기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어떤 섭외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모두 일랜시아에 대한 다큐를 찍겠다고 했을 때 흔쾌히 응해준 사람들이다. 일랜시아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이 영화의 일부가 되고 싶어한 거다. 어떤 분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넥슨이 움직인다면 돕고 싶다고도 하셨다. 덕분에 섭외나 진행이 엄청 힘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늘상 하는 말이, 이렇게 될 줄 몰랐기도 하다.(웃음) 이 영화가 나의 학부 졸업작품이라, 다들 친구 졸업영화에 출연해준다고 생각하고 응했을 텐데 영화제를 통해 외부에서 상영을 하게 된 거다. 일이 커진 것 같아 달갑지 않아하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다. 첫 상영 때 길드원들을 모두 불렀는데 다행히도 너무 좋아해 주었다.

 

Q. 본인도 직접 출연한다. 화면 바깥에 머무는 대신 카메라 앞에 서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 영화는 '사람들은 왜 일랜시아를 하지?'라는 개인적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문득 편집을 하면서 사람들은 나와 같은 걸 궁금해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 소스엔 내가 나오는 장면 없이 인터뷰들이 이어져 있었다. 사람들이 나와 같은 걸 궁금해하지 않는다면 이 답변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져버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아예 궁금해하는 나 자신을 영화에 등장시키면 어떨까 생각을 바꿔 봤다. 그렇게 버려진 게임에 남은 사람들을 궁금해하면서 찾아다니는 내 모습을 중간중간 넣게 됐다.

 



 

Q. 영화는 게임 일랜시아에서 출발해 2030의 고민과 사회상까지 관통한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런 은유와 상징, 확장을 염두에 두었는지 궁금했다.

처음에도 일랜시아와 게임 바깥의 세상을 연결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 내용이나 방향이 구체화된 건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다. 인터뷰 초반에 하루히로님을 만났는데, 질문지 앞부분을 다 추억에 관한 물음으로 채워서 갔다. 그런데 그분이 딱 잘라서 '나는 추억 때문에 오긴 했지만 추억 때문에 일랜시아를 하는 건 아니다'라는 거다. 그렇게 질문지가 완전히 쓸모 없어져 버렸다. 준비한 질문지 없이 대화를 하다가 '나는 정해진 루트를 타기 위해 이 게임을 한다'는 답변을 듣고, 내가 처음 생각한 것과 방향을 다르게 잡아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매송이님을 인터뷰할 때도 '추억 때문에 이 게임을 계속하는 게 아니다, 추억은 이미 초반에 회수했다'는 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 오래된 게임에 남아 있는 이유로 추억이 전부는 아니라는 거, 게임을 한다는 건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더 생각하게 됐다.

 

Q. 영화에 '욕할 사람이 없다, 탓할 데가 없다'는 말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일랜시아도, 현실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엔 불합리한 일을 당했을 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떻게, 어디다 말해야 하지? 말하면 나아지긴 하나? 생각하다가 지레 좌절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말해도 안 되겠지' 하고. 하지만 영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점차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하며 앞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영화에 채팅 화면과 자막이 많이 쓰인다. 내레이션이 아니라 문자언어를 많이 사용하길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게임 화면만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많기에, 설명을 내레이션을 넣을지 말지 고민을 진짜 많이 했다. 뭔지 이해하기 어렵고. 하지만 왠지 음성으로 설명하는 게 달갑지 않았다. 최대한 게임 속 우리끼리의 대화를 살려보자고 생각하고 텍스트를 넣게 됐다. 캐릭터가 살아있는 카톡창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Q. 게임 유저로서 일랜시아에 대한 이야기, 주인공으로서 당시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좋지만 감독으로서 이 영화를 기획하고 연출할 때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를 듣고 싶다.

모든 컷이 포인트라고 생각하면서 작업했다. 극영화라면 시나리오대로 '여기 연출은 이렇게 해야지' 계획할 수 있었겠지만, 이 영화는 정말 매일매일 한 컷씩 붙여 완성한 다큐멘터리라 사전에 모든 걸 치밀하게 설정할 수 없었다. 꼭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은, 공아지님이 게임 안에서 노래를 하는 장면이다. 사실은 가사를 채팅창에 치는 것뿐이고 노래는 들리지 않는다. 근데도 유저들이 옆에 와서 서 있다가 '노래 잘 듣고 있어요'하고 인사를 한다. 그게 정말 재밌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고.
연출을 하며 신경 쓴 부분은 게임 속 캐릭터들이 단순 캐릭터로만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오프라인에서의 그 사람과 캐릭터가 잘 매칭되어 상상하는 재미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편 일랜시아라는 공간이 모르는 사람도 가고 싶을 만한 곳으로 그려지길 바랐다. 그래서 영화 중간, 일랜시아가 어떤 곳이었는지 보여주는 시퀀스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이 영화에서 일랜시아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다른 게임이랑 뭐가 다르다는 거지?'라고 생각하지 않게끔 노력했다. 일랜시아 안에서 요리도 하고, 낚시도 하고, NPC와도 놀고, 치유도 받는 모습을 잘 살려보려 했다.

 

Q. 영화 말미에 등장한 일랜시아 세계관, '고대 지구인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설정과 실제 플레이가 왠지 연결되는 느낌이다. 처음 일렌시아에 빠지게 된 매력 포인트도 궁금해진다.

두 가지인데, 하나는 굉장히 친한 언니를 만난 거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게임 안의 사람이랑 친해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가까운 언니가 있었다. 그 언니랑 일랜시아를 하면서 얘기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나머지 하나는, 초등학생 때는 뭔가 되고 싶다고 해도 그게 먼 일처럼 느껴지지 않나.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하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고 졸업한 뒤에야 이룰 수 있는 꿈. 근데 게임 안에서는 내가 노력하면 바로바로 그걸 이룰 수 있었다. 미용사가 되고 싶으면. 모든 나의 미래가 멀리 있다고 느껴졌는데 게임 안에선 플랜을 짜서 금방금방 이룰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Q. 일랜시아는 2D 도트 그래픽에 4:3 화면비라 시각적으로 독특한 게임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 이미지를 살리려 했는지 궁금하다.

도트 그래픽을 최대한 담아보고 싶었는데, 편집을 하면서 잘 보이고 잘 읽히게 하는 데 중점을 두다 보니 막상 많이 신경쓰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Q. '그래픽이 좋다, 머리카락도 찰랑거린다'는 멘트 뒤에 캐릭터 머리가 찰랑거리는 장면이 이어진다거나 '우리 사진 찍자' 하면서 캐릭터들이 정면을 보고 스크린샷을 찍는 장면이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무의식적으로 의도를 담아낸 것 같다.(웃음) '사진'은 정말 자주 찍는다. 게임하는 동안 영상 레코딩 프로그램이나 스크린샷 프로그램을 거의 켜 놓고 있을 정도다. 재밌는 순간들이 워낙 많아서 다 기록하고 싶다.

 

Q. 지금도 계속 기록을 이어가는 셈인데, 속편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내언니전지현과 나> 최종 완성본을 편집하는 게 먼저일 듯하다. 영화가 상영되고 나서 많은 일이 벌어졌다. 관객 분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궁금해하실 후일담을 포함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제에서 상영이 되고, 넥슨 관계자 분들이 관람을 하고, 그 결과 어떤 소통이 이뤄지고 어떤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덧붙여보려 한다. 속편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다. 단편으로 완성할 수도, 짤막짤막한 클립을 유튜브에 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일랜시아가 없어진다면 그 이야기는 꼭 짧게라도 영화로 남길 거다. 물론 절대 없어지지 않으면 좋겠지만!

 

Q. 유튜브 계정에 일랜시아 클립을 업로드하고 있다. 영화와는 호흡도 감정도, 메시지도 다를 것 같다.

유튜브엔 단순히 보고 재미를 느낄 만한 영상을 올린다. 이와 비교했을 때 영화는 사람을 보여줄 수 있는, 게임 안에서 하는 행위가 현실을 유추하게끔 하는 장면들로 구성하려 했다.

 

Q. 작품을 준비하며 참고한 레퍼런스가 있는지도 궁금해진다. 워낙 친밀하고 잘 아는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담고 싶은 메시지나 보여주고 싶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공부를 많이 했다. 2년 프로젝트 중 1년을 공부에 썼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논문과 책을 많이 읽었다. 책 중엔 이상우 작가의 『게임 게이머 플레이』를 진짜 인상깊게 읽었다. 다큐멘터리도 엄청 봤다. 직접적으로 참고를 한다기보다는 '일단 많이 보고 열심히 고민하자' 싶어서. 지금 딱 떠오르는 작품으론 <집의 시간들>(라야)이 있다. 재건축으로 인해 사라지는 아파트 단지와 집을 추억하는 사람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집이 인서트로 계속 등장하고 내레이션이 흐르는 연출이 좋았다. 영화에 감도는 감정을 캐치하려고 노력했다.

 




Q. 영화제를 통해 관심사도 연령대도 다른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소재가 게임이다 보니 감상이나 이해도 역시 모두 달랐을 것 같다.

처음에도, 지금도 관객을 만나는 것이 그저 신기하다. 내 또래의 관객 분들에겐 내가 영화를 만들며 느낀 걸 느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연령대가 더 높은 관객 분들은 이 영화를 이해하거나 공감하기에 어려움을 느끼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막상 영화제 상영을 하니 나이와 무관하게 재밌다고 해 주시는 관객 분들이 많아 기뻤다.

 

Q.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영화제 상영 이후 오픈채팅으로 질문을 받는 시간이 있었는데, 자신이 하던 게임이 없어졌는데 위로를 해줄 수 있냐는 글이 올라왔다. 답변을 하지 못했는데 늦게나마 변명을 하자면, 무슨 얘길 해도 위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분이 너무 슬퍼하시는 것 같아서, 그때 어떻게라도 위로를 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두고두고 생각하게 된다. 기회가 있다면, 슬픔을 느낄 수 있는 만큼 느끼신 뒤에 그 감정마저도 추억하실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Q. 고객상담실에 다녀온 뒤 다른 유저들이 인사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제 상영 이후엔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거의 접속을 못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웃음) 내언니전지현 캐릭터가 지나가는 곳마다 따라오는 분들이 계시고, 1:1 채팅과 귓속말도 많이 받았다. '고맙다', '사랑한다'고. 물론 모든 유저의 의견이 일치하진 않겠지만 기분이 좋다. 제일 반가운 반응은 <내언니전지현과 나> 영화를 보고 오랜만에 일랜시아에 접속했다는 거였다.

 

Q.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작품을 상영한 소감이 궁금하다.

너무 좋았다. 가까이 앉은 관객 분들이 나누는 감상을 듣는 것이 재밌었다. 그리고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집중해서 영화를 감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암묵적으로 약속된, 영화를 함께 보는 사람 사이의 예의를 갖춘 이들을 보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감정은 극장에서보다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상적인 관람 환경이 아닐까 싶었다.

 

Q. 이 작품을 특정 집단 대상으로, 특정 방식으로 상영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을까.

게임업계 분들과 관람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는데, 사실 어떤 분들을 어떻게 모셔야 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거나 방법을 아는 게 아니라서 막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기회가 되면 꼭 추진하고 싶다. 비록 사업성이 떨어지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지만, 보면서 초심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관람 기회가 없어 못 보시는 분들을 위해 혼자서라도 지역상영을 준비하면 어떨까도 생각해 봤다. 극장개봉을 하면 가장 좋겠지만, 하고 싶다고 해서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게끔 노력해보려 한다. 나아가 영화 너머에서도 일랜시아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다른 유저 분들과 소통하고 싶다.

 

Q. 이후 작품은 어떤 장르나 방향이 될까.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나는 내가 찍은 다큐멘터리를 자주 다시 본다.(웃음) 나오는 사람들이 너무 좋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중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다큐멘터리로 할 수 있는 얘기가 있는 것 같다. 나는 궁극적으로 벅차고, 감동적이고, 행복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은데 극영화는 이런 요소를 담으려다 자칫 신파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보니 어렵다. 따뜻한 코미디 극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지만, '극영화도 만들어야 한다'가 아니라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극영화도 하고 싶다'에 가깝다. 차기작 구상은 아직 추상적인 상태인데 아웃사이더, '아싸' 얘길 해보고 싶다.


인터뷰 / 김송요
사진 / 송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