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길 옆 공부방

연출: 서경화
비디오 | 50분 | 흑백 | 다큐멘터리 | 1999년작

시놉시스
공부방에는 많은 규칙들이 있다. 함부로 아이들을 안아주거나 쓰다듬거나 이름을 부르지 말 것.
작품제작을 위해 만석동에서 함께 살기로 결심한 감독은 생소한 원친과 규칙에 조금씩 적응해간다. 그러나 동네사람들을 촬영하지 말라는 등 작업에 제한을 받기도 한다.
동네의 상황을 그나마 알려주는 건 아이들이 매주 한 번씩 쓰는 글쓰기를 통해서이다. 가난 때문에 매일 싸우는 부모, IMF로 더욱 어려워진 집안 때문에 아이들은 눈물짓고 이모삼촌들이라 불리는 봉사자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한다. 하지만 봉사자들은 아이들에게 가난하지만 올바로 사는 것이 꼭 공부를 잘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가르친다.
감독은 공부방 봉사를 시작으로 이제는 동네주민이 된 봉사자들의 삶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다. 그들이 아이들에게 살라고 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그들의 삶을 통해 답을 찾기 시작한다. 봉사자들은 만석동에서 가정을 꾸려 작은 공동체를 꾸리며 살고 있다. 공부방의 이런 저런 문제들부터 각 가정의 육아나 경제적인 문제까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하는 공동체 부부모임에서 또 우유배달을 하며 공부방 아이들을 돌보는 동훈삼촌의 가족들의 생활을 통해 이들이 삶의 방향으로 삼고 있는 ‘가난’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된다.
동네사람들의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가난, 우리 사회가 강요하는 경쟁을 거부하기 위해 또 저항의 방식으로 선택한 가난, 소외되고 억압받는 이들과 같은 처지로 연대하기 위한 가난이 그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다. 이런 가난을 아이들은 어떻게 맏아들이고 있을까?
감독은 공부방에서 자라 이제는 사회인이 된 청년부 두 사람을 만나게 된다.

연출의도
작업을 하는 내내 나는 가나에 대해서 생각했다. 도대체 가난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나는 예전부터 가난은 극복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잘 사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모두가 잘 살아야한다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그렇지만 그것이 꼭 물질적인 풍요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모두가 물질적으로 넉넉해지면 아름다운 사회가 될 거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모두가 흥청망청 소비하는 사회가 꼭 행복할 것만 같진 않다.
인간이 존중받고 자연환경과 더불어 사는 삶. 예전에도 생각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그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계산하지 않는 인간관계, 조금 불편하더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삶. 그러려면 지금보다 사회가 조금은 진지하고 검소해져야 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난 ‘가난’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가난’은 없어져야 할 극복해야 할 그 무엇이기 보다 다시 생각하고 존중되어야 할 삶의 또 다른 방식으로.... 공부방 사람들은 나에게 그런 질문과 해답을 주었다. 가난하다는 건 이웃들과 더불어 살기 위한 삶의 방식이라고 또 경쟁을 강요하고 소비할 것을 부추기는 이 사회에 대항하기 위한 삶의 태도라고. 나는 ‘가난’을 지키려는 마음에서 삶의 참 기쁨을 느낀다.

스탭&캐스팅
연출: 서경화
음악: 김동범

필모그래피
서경화
1999 < 기찻길 옆 공부방>

수상&상영
2000 제2회 정동진독립영화제